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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소형 시인 "시가 있어 고마워"
  • 진정은
  • 승인 2018.06.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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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형 시인

“잘 모르겠어요. 고민 중이에요.”

섣불리 확답하는 법이 없다. 자신의 감정이 어디쯤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알맞은 단어를 고르느라 고심하는 눈빛.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소형 시인(35)은 일상에서 생겨난 물음표 몇 개를 꺼내보였고, “내 감정과 감각은 앞으로 어떻게 흐를지 모르겠다”는 뉘앙스를  풍길 뿐이었다.

알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그래도 시인이 확실하게 말하는 한 가지는 ‘시가 있어 고맙다’는 것. 무엇이 완성될지 시인 자신도 모르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음가는 단어를 곱씹고, 자음과 모음으로 하는 '낯설게 하기 놀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잘 모르겠다”는 말 뒤에 “그래서 더 기대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앞으로 어떤 낯섦으로 다가올 지 알 수 없는 젊은 시인. 그래서 더 기대된다.
 

일과 창작 사이에서 균형 고민해
'나'에서 벗어나 '주변'에 관심 생겨
앞으로의 시, 알 수 없어 더 기대돼

 


“시와 일, 내가 살고 있는 두 세계”

 

작가님 근황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최근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오랫동안 학생이었다가 오랫동안 학생이었다가 시를 썼고, 프리랜서 일을 하며 지내다 처음으로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고 할까요? 소속되어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 하는 것은 처음이라.

첫 직장을 가져보니 어때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감하니 세세하게 보이는 것들이 달라요. 직장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게 커요.

직장인의 마음이요?
작년에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시 강독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성인이 대상인지라 퇴근 후에 오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때도 느꼈지만 정말 힘들었겠구나, 하고 생각하죠. (웃음) 매주 시집을 한 권씩 읽고, 수업을 듣고, 어떤 마음으로 앉아 있는 걸까, 오는 걸까 다시 떠올리기도 했어요. 이제 곧 7월에도 강의를 할 텐데 들으러 오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를 더 많이 해야겠다, 이런 생각도 했고.

지금 직장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지.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논술, 글쓰기 등, 문학, 비문학. 결국에는 책 읽는 것에 대해 가르쳐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어때요? 시 창작과는 많이 다를 텐데.
처음 해보는 일은 아니에요. 예전에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내 생애 첫 작가수업’을 진행해 성동구립도서관에서 수업을 했던 적도 있고, 그 외 초등학교에 파견 가서 가르친 적은 있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작가를 직접 접할 기회가 없으니까, 짧은 기간에 가르치고 헤어지게 되는데, 그때 이 아이들을 꾸준히 보고 싶다고, 느꼈어요. 일하게 된다면 이런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그렇다고 하게 될 줄은 몰랐죠.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달라진 점은 없나요?
제가 어른이라는 걸 깨달아요. (웃음) 어떻게 보여야 하나? 아이들은 관찰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그 시기에는 주변, 특히 자신을 가르치는 사람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요. 부모님 말은 듣지 않아도 선생님 말은 듣는? 특히 환경이나 역사적 사건을 가르칠 때 질문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인 것도 있어요. 정답을 제시할 수 없으니 어른들은 “어떻게 해결해볼 수 있겠어요?” 라는 질문을 열 살 조금 넘는 아이들에게 묻게 되는 거죠. 그럴 때 저는 속으로 물어요. “지금 난 뭘 할 수 있지?”

직장에서 겪는 일들이 시 창작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요.
이전에는 딱 정해진 일을 끝내면 됐어요. 만날 약속이 있고, 같이 협업하고, 저는 제가 준비한 것을 나누거나 조율하면 됐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저는 정해진 공간에 모두에게 노출되어 있고, 아이들은 저를 지켜보고 제 물건을 만지는 걸 좋아해요. (웃음) 저는 연필을 쓰는 일이 드문데 아이들은 글씨체 연습 때문에 샤프를 쓰지 못하고 연필을 써요. 그러면 저는 예비용 연필을 하나 갖고 다니고, 그러면 빌려줄 지우개도 필요하고, 제가 쓰지 않는 물건을 챙기는 것. 주변을 자꾸 신경 쓰게 되는 거죠. 이건 예전과는 다른 삶이에요. 고민의 방향이 달라요. 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게, 균형을 잡아보려고 하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창작 활동에 반영되겠죠. 시선이 달라지니까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창작 활동을 하시나요. 균형을 잘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고작 4개월이라 적응 단계죠. 그런데 역시나 쉽지 않아요. 내가 어디에 마음을 두고, 어느 일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알면서도 한쪽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껴요. (웃음) 둘 다 제가 살고 있는 세계인데,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면서 지내요.

동인 작란(作亂) 의 한 멤버에요. 요즘도 활동하는지.
다들 바빠요. 그렇지만 새 시집이 나오면 축하하고, 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그 김에 같이 여행도 가고. 꾸준히 만나려 하죠. 최근에 정한아, 유희경 시인의 새 시집이 연달아 나왔어요.

함께 낭독회도 한다고 알고 있어요.
낭독회 일정은 정해진 건 아니고 “이제 한 번 할까?” 싶을 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조만간 하게 될 거예요. 6월 말쯤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관심사는 나 자신에서 주변으로”

 

2015년에 첫 시집이 나왔어요.
시집이 나온 지 좀 됐죠?(웃음) 첫 시집은 잘 안 읽어요. 편집할 때 오래 읽었으니까. 지금 다시 읽으면 역시 낯설어요. 그때 어떤 기분으로 썼는지는 생생하지만.
 
첫 시집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지는데요.
그때는 재미를 느끼는 것, 나, 중심으로 생각했어요. 어떤 단어든, 문장이든, 예를 들어 <ㅅㅜㅍ>이라는 시는 ‘숲을 두다' 라는 문장에서 시작했어요. 숲을 두면 어디다가 둘 수 있지? 그 숲에는 뭐가 있지? 조각 냈다가 붙였다가, 깊이 들어가 보기도 하고, 괴롭고 즐겁고 왜 하나 싶고, 되물으면서. 그렇게 썼어요. 원래부터 시를 쓰지는 않았어요.

 

  ▶ 김소형 시인

전공은 다른 장르였나요?
소설을 전공했어요. 시는 좋은 것 같은데, 나와는 멀리 있는? 그런 모호한 대상이었죠. 문창과에 간 것도 그곳에 가면 좋아하는 글쓰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시는 제외였죠. 과 전공수업을 다 들으면 하나 정도는 안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시를 안 들었었어요. (웃음) 그러다가 뒤늦게 시를 쓰기 시작했고 “이렇게 해도 될까?”하며 갑자기 대학원에 갔을 때는 시 전공자가 된 거죠.

등단 과정은 어땠는지.
4학년 때 시 10편을 보냈어요.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는데, 피자 먹다가 전화 받았어요.

아, 등단했다고?
네. 페퍼로니 피자였는데, 한 입 먹었을 때 전화를 받아서. 먹다가 ‘내가 데뷔한 건가?’ 어리둥절했죠.

등단하고 나서는 어땠어요? 시인이라는 이름이 급작스럽게 생겼는데.
후에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어요. 역시 시집에 대한 생각도 없었죠.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더군요. 한편 한편이 아니라 50여 편을 하나로 생각하고 묶어보라고. 근데 결국에는 다 쓰고 난 다음에, 묶었어요. (웃음) 제가 한 일은 그동안 쓴 것들을 쭉 훑어보고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었죠. 제가 생각한 순서에 맞게.
 
첫 시집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ㅅㅜㅍ> 에 무수한 공간이 많이 등장해요. 'ㅅㅜㅍ'의 숲, '정전'의 방, '상영관'의 상영관 등.
공간에 대해 많이 생각하긴 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혼자 있으려면, 공간이 필요하고. 혼자라고 느끼려면 공간이 존재하죠. 그런 생각에 몰두했던 시기였어요.

당시에는 공간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면 요즘은 어떤 생각이 많은지.
요즘에는 주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요. 이전과는 달라진 부분이긴 한데. 내가 느끼는 감정, 감각을 기초로 나갔다면, 이제는 제가 느끼는 감정이나 감각이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저라는 사람이 관심사에서 멀어졌고, 거리감도 생겼어요. 다른 사람에게, 혹은 무엇에게 관심이 생길 것 같아요. 누군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시집에서 가장 아끼는 시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등단작이 마음에 들어요. 빠르게 쓰기도 했고.

'눈'이라는 시 말이죠?
네. 처음에는 “이렇게 쓰면 안 돼.” 이런 소리 듣지 않을까. 그래도 이렇게 쓰고 싶은데, 생각했고, 사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요. 그건 제가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이었죠. 그런 게 재밌었고, 이 시가 등단작이 될 줄은 몰랐어요.

 

"시가 있어 고마워"

 

시를 쓸 때 보통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주로 읽으면서, 오는 것 같아요. 읽는 것 자체일 수도 있고요. 저는 <읽기모임>이라는 작은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격주로 모여 여성들의 책을 읽으면서 메모지에 기록하는 건데요. 그동안 <인간의 조건/한나 아렌트>, <제2의 성:상, 하/시몬 드 보부아르>, <페미닌 엔딩/수잔 맥클러리>, <사진에 관하여/수전 손택>, <브레이크-에이지/바토 치메이>, <호텔/조애나 월시> 등 여성들의 책을 읽었지만, 골라서 읽었던 적은 없었던 지라 많이 생각하게 되죠. 결국 읽는 것에서 많은 걸 따오게 돼요.

읽는 데서 온다. 그럼 가장 영향을 받았던 시인, 작품이 있나요?
저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아요. 최근에 읽은 시집은 <봄과 아수라/미야자와 겐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포루그 파로흐자드>, <울프 노트/ 정한아>, 가 있고 에세이로는 <오늘 너무 슬픔/멀리사 브로더>를 읽었고, <수학,천상의 학문/존 배로>도 읽고, 아이들 책은 매달 15~20권가량 읽은 것 같네요. 제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정말 모르겠지만, 그래서 기대가 돼요. (웃음)

  ▶ 김소형 시인

작가님에게 시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식의 유익이 있는지 궁금해요.
시가 가장 잘 읽힐 때는 적당하게 슬플 때인 것 같아요. 저는 타인의 시를 읽으며 많이 위로받아요. 위로를 위한 시가 아님에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고 시가 있다는 것이 고마워요.
 
앞으로 작가님이 어떤 시를 쓰게 될 지 궁금하네요. 계획이 있는지.
두 번째 시집을 잘 엮어야죠. 시를 발표하고, 쓰고 있지만 다시 읽어보지는 않았어요. 제가 어떤 걸 쓰고 있다, 라는 생각을 갖고 싶지 않았던 건데, 지금은 어떤 걸 쓰고 있다,를 명확하게 하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시간이 없네요. 저는 많은 시간을 멍하니 지내왔는데 이제는 쪼개서 써야 해요. 아무래도 내년에 산문집이 먼저 나올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어떤 것을 잘 모르고 고민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쓸 수 있는 글, 없는 글, 발언할 수 있는 것, 발언하고 싶지 않은 것, 최대한 구체적으로 나눠보고 행동하려고 해요.


•김소형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2015년에 첫 시집 <ㅅㅜㅍ>을 발간했다.

진정은  biz99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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