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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백규 시인, 청춘을 다독이는 시인의 문장
  • 진정은
  • 승인 2018.07.0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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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백규 시인

스물 일곱의 최백규 시인. 등단 4년 차에 접어드는 사이, 시인은 꽤 많이 변했다.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의 이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귀 기울이게 됐고, 누군가의 인정이 유일한 행복이 아님을 깨달았다. 손에 꼭 쥐고 있던 것을 놓을 줄도 알게 됐으며 그래서 책상 앞에서 더 자유로워졌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등단 소감에서 밝힌 다짐 하나. ‘당신이 한없이 외로울 때 항상 곁에 머무르는 시인이 되겠다.’는 그 마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청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시인. "봐요, 약속지켰죠?"라고 말하듯 그는 시 속에서 양 팔 가득 프리허그를 해준다. 이토록 다정한 시인이라니. 독자는 시인이 내미는 손을 덥석 잡아도 좋을 것이다.

힙합, 아이돌 문화에 영감 받아
스물 일곱 지금 쓸 수 있는 시 쓰고파
독자가 있어 시인으로 살 수 있어


“동인 활동은 건강한 자극제”


요즘 어떻게 지내요?
학교 다니고 있어요. 3학년 1학기가 끝나서 지금 방학 중이고. 계속 시 쓰고 있어요.

SNS 보면 동인 활동도 꽤 활발히 하고 있던데.
새로 써온 작품 합평을 하거나 낭독회에 참여하고, 동인지도 계속 내고 있어요. 이번 여름에는 처음으로 판매할 동인지를 낼 생각이에요.

동인 <뿔> 멤버가 최백규, 최지인, 양안다 이렇게 셋이에요. 셋은 어떻게 만난 건지.
저는 고향이 대구에요. 대전에 살고 있는 안다를 무작정 찾아갔죠. 인터넷에서 시 봤는데 너무 맘에 든다고. 동갑이라 친해지고 싶었죠. 안다는 대학원, 저는 학교 때문에 서울에 같이 올라오게 됐어요. 안다와 제가 처음 나간 작가 모임이 연희문학창작촌이었는데. 여기서 지인이를 만났어요. 저희보다 형이지만 친구 같았죠. 자주 모이다 보니 '이럴 거면 동인을 만들어서 더 재미난 일을 해보자'해서 만들게 됐어요.

동인 내에서 요즘 화두는 뭐에요?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
요즘은 힙합 이야기를 좀 많이 해요.(웃음)
 
힙합 러버 최백규 시인의 영향을 받은 건가요?
저랑 안다는 원래 힙합을 좋아했는데 지인이는 관심 없었거든요. 영화나 옛날 시가 주요 관심사였는데. 저희들과 대화를 많이 하니까 음악, 힙합에 빠지는 것 같아요.

셋이 서로 주고받는 게 많은 것 같아요.
합평을 하다 보면 발표 안 한 시를 미리 보게 되거든요. 내가 바빠서 못 쓸 때가 있는데 그때 상대방이 더 좋은 시를 쓴 걸 보면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라이벌 의식은 아닌데 건강한 자극이죠.


“음악에서 자극 많이 받아… 평범한 이야기 쓰고 싶어”


주로 음악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알고 있어요.
맞아요. 사실 시보다 힙합이나 아이돌 문화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것도 유튜브 영상 보기. 뮤직비디오나 가사를 보면서 영감을 받죠. 시보다 음악이 제 세계관에 더 영향을 미쳐요.

어떻게 영감을 얻는 건지.
음...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은데.(웃음) 우선 요즘까지 영향을 받는 건 아이콘과 샤이니예요. 아이콘은 데뷔 전부터 좋아하고 인터뷰나 산문에서 언급했는데. 특히 멤버 바비에게 애착이 있어요. 바비가 <쇼미더머니>에 등장하는 시점에 저는 등단 준비 중이었고. 바비가 <쇼미더머니>에서 우승한 시기가 제가 등단한 시기와 비슷하다 보니 그 친구에게 이입도 되고 자극도 받았죠. 프로그램에서 바비가 보여줬던 모습, 경력도 인맥도 없지만 내 실력으로 다 해낼 수 있다!는 마인드. 많이 배웠어요.

허세 말고 실력으로 보여주는 모습, 자신감에 자극받았군요.
네. 올해 초 아이콘 비아이가 컴백곡 공개 10분 전에 찍은 영상을 봤어요. 연습에 찌든 모습으로 부담감을 토로했었는데. 비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제일 좋아하는 웹툰 대사라면서 "끝까지 가면 내가 다 이긴다"고. 제 휴대폰 배경에 적힌 문구이기도 한데요.(웃음) 그리고 공개된 곡이 '사랑을 했다'에요. 이 곡 정말 잘 됐잖아요. 아이콘 보면서 하면 되는구나, 느끼고 저도 분발하게 돼요.

그렇다면 샤이니는?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했어요.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그룹인데. 작년에 안타까운 일부터 올해 컴백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저한테는 크게 와 닿아요.

 

  ▶ 최백규 시인

시인 심경에 변화를 준 건가요?
원래 제 세계관은 ‘다 이기고 싶다’ ‘내가 잘 되고 싶다’였어요. 언젠가 안다가 제게 그러더군요. 네 시는 세계가 멸망할 것 같은데 멸망하기 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고 싶은 열망이 있다고. 제가 쓰는 태도도 그랬거든요. 싸우고 싶고 이기고 싶고 누르고 싶고.

그런데요?
뮤지션은 팬들의 마음속에 계속 살잖아요. 떠났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구나, 느꼈고 태도가 많이 바뀌었어요.

변화된 태도가 시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전에는 시에서 거칠게 나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초기작에 욕도 좀 있고. 예전에는 우리가 사는 세계 너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요즘은 평범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내가 사는 이야기, 내가 살면서 겪는 거. 재건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도 의미 있고요.

재건하는 삶이 뭔지 알려줘요.
음... 다 망가지더라도 그거를 다시 일으키려는 행위요. 아름답다고 느껴요.

더 예를 든다면?
등단 동기들에 비해 제가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어요. 지방에 거주한 이유도 있지만. 음, 문단의 주목을 받을 만한 시를 쓰지도 못했나 봐요.(웃음) 어쨌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거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작가들과 촛불집회도 참여하고 철거현장 가서 낭독회도 해보니까. 문단의 인정을 받고 시인으로 성공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이기고 달성하고 이런 것만이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은 아니라는 것.

요즘 시가 궁금해지는데.
최근 문예지에 발표한 시 몇 편이 있는데. 아까 이야기했던 내용이 처음으로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힘들게 어딘가에서 싸우고 살아온 사람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 안에서의 이야기. 특히 '폐막식'이라는 시가 요즘의 저를 가장 많이 담고 있지 않나 싶어요.

어떤 시인지 소개해주세요.

  집에 오면 죽을 마음이 사라져 있었다 집 안 가득 쌓인 그림자로 문을 막으면 여름이 온다

 학기가 끝나버린 직후 네온사인이 늘어선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취한 채 갈비뼈에 손마디를 맞추다가

  열이 들뜨도록

 무더운 주말에는 열차가 한강의 어깨를 숨차게 쓸어내렸다 우리는 텐트에서 추운 지방의 만화책을 쌓아놓고 엎드려 있었다 나무들이 눈더미를 뒤척이는 소리를 읽으며

  이마에 묻은 바람이 서녘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물바닥에 어두운 여름이 일렁였다

  밴드 동아리와 얽히며 그들의 몸에서 나뭇가지 냄새를 맡을 때 혹은 앰프를 연결해 종일 바닥을 차고 울려 퍼진다든가

  멍청하게

  포물선을 그리는 농구공을 바라보며 환하게 소리치고 새로 산 옷을 느슨하게 풀고
  해변에서 폭죽을 터뜨리다가 입을 맞추었던
  파도와

  멀어져가던 웃음소리

  우리가 그 여름에 버리고 온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아플까

  대관람차 너머로 해가 넘어가는 일을 보다가 너무 많은 밤이 지나 가버리고 그것을 다시는 붙잡을 수 없다는 정도가 어렴풋했다

  다음 날 아침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에서 게임기에 건전지를 갈아 넣으며 이제부터 습작들만 크로키 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몸속에 싱싱한 핏물이 돌고 돌아 우리를 다 태워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는 이상 이 육체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호흡이 뜨거워질 정도로 쏘아 올리면 단 한 번만이라도 빛날 수 있을까
  창밖에는 눈발이 몰아치는 언덕이 적막하다

  시리도록 흰 여름이다

<‘폐막식’ 전문>

시인의 나이, 시인이 처한 상황, 시대에 따라 쓸 수 있는 시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현재 나는 이 시대를 사는 스물 일곱 살 최백규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죠. 청춘의 이야기요. 제가 지금 쓸 수 있는 건 이거밖에 없다고 느끼는 시에요.

등단작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다른지.
원래 제 시의 청춘들은 거칠어요. 욕도 많이 하고 육체적으로 부딪치는 것들이 많은데. 지금은 다치고 상처 입은 아이들이 서로를 안아주는? 서로 기대어 위로도 하고.

듣기만 해도 따듯해요. 첫 시집이 기대되는데. 첫 시집에 대한 조바심은 없는지.
원래 조바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눈을 뗐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잘 되는 것 같아요. 마음이 놓이니까 좋은 시가 나오고, 좋은 시가 나오니까 또 불러주시고. 굳이 빨리 결과물을 내놓지 않더라도 그저 좋은 시집 만드는 게 목표예요.

좋은 시집은 어떤 시집인가요?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이 시대 청춘을 대표하는 시집이 좋은 시집이라고 생각해요. 시대마다 그런 시집이 있었잖아요. 좀 옛날로 넘어가면 이상이나 80년대 이성복, 90년대 기형도 시집처럼. 청춘을 대표하면서 시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찾아서 쓰고 싶어요.

 

  ▶ 최백규 시인

시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요?
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른 장르들이 대체해왔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옛날에는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도구가 시였다면 최근에는 랩이 자기 인생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도구가 된 것처럼. 영상매체가 가져간 영역도 분명 있을 거고요. 다른 장르로 다 빠져나간 뒤에도 시만이 할 수 있는 게 남아있을 텐데 그게 뭘까? 하면서 써요.

그게 뭘까요? 어렴풋이라도 찾았는지?
요즘 드는 생각에, 시가 독자 혼자서 즐기기 가장 좋은 장르라는 거에요. 물론 음악도 혼자 듣기는 하지만 음악은 콘서트장에서 더 빛나잖아요. 시는 혼자서 읽을 때, 내면과 깊이 닿아 만날 수 있으니까. 홀로일 때 더 빛나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어떻게 하면 내 언어로 그 지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독자가 있어 계속 시 쓸 수 있어”


이런 시인이 되면 괜찮겠다, 싶은 거 있어요? 시인상 같은 거.
저처럼 방황하고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있죠. 제 시를 읽고 저 사람도 할 수 있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시인이면 좋겠어요.

아이콘의 바비와 비아이가 시인 최백규에게 자극을 준 것처럼?
네, 좋은 영향을 주는 시를 쓰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SNS가 발달하면서 시인의 시도 많이 노출되고 읽히죠. 팬도 있잖아요.
팬분들이 SNS, 블로그, 카페에 시를 굉장히 많이 올려 주세요. 볼 때마다 큰 힘을 얻죠. 내가 혼자 쓰는 게 아니구나, 내 시가 사람들에게 좋게 작용하고 있구나 느껴요. “힘들었는데 작가님 시 읽으면서 힘 많이 얻었다”는 쪽지도 자주 오는데. 원래 저 혼자 방에서 쓴 시인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좋아하니까 신기해요. 그것 때문에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팬분들이 있어서 제가 시인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어요.

팬 사랑이 탑 아이돌급이에요.
하하. 그런가요? 근데 정말 고마워요. 시를 좋아하고 찾아주는 분들이 없었으면 저 혼자 일기 쓰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소중한 존재인 거죠.
아이돌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팬분들이 많지 않지만.(웃음) 소중한 사람들이죠. 그분들 때문에 쓰는 것 같아요. '시가 좋다'는 말에 창작을 지속할 에너지를 얻어요. 그분들이 없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제가 시인으로 불리는 건 읽어주는 이가 있어서예요.

 
• 최백규
1992년 출생.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뿔> 동인으로 활동 중.

진정은  biz99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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