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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현우 시인, "시 쓸 때 온전히 내 것 한다 느껴"
  • 진정은
  • 승인 2018.07.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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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현우 시인

시 쓰고, 가사도 쓴다. 작사할 때는 구태우고 시 쓸 때는 구현우(29)다. 본명의 클 ‘태(太)’를 악기줄 ‘현(絃)’으로 바꾼 것이다. 기타 줄을 튕기던 소년의 오락이 현재 창작활동의 시작이었으니까.


“시 쓰는 일, 작사하는 일 다 즐거워요. 그래도 시 쓸 때 온전한 내 것을 한다고 느껴요.”
언어숲에서 시의 세계를 조율하는 일이 즐거운 구현우 시인을 만났다.

첫 번째 시집 작업 중
시는 쓸 수밖에 없는 것


“시 창작, 작사 병행…
힘들어도 좋아하는 일이라 버텨”


오늘 뭐하다 오셨어요?
집에서 자다 나왔어요.(웃음)

늦게까지 작업하셨나 봐요.
네. 시 쓰기랑 작사 마감 일정이 겹치면 늦게까지 작업할 수밖에 없어요.

작사가와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죠. 말하자면 프리랜서인데, 프리랜서 생활은 얼마나 됐어요?
프리랜서로 반 년 정도 생활했어요. 작년 말까지 회사생활을 했거든요. 글쓰기 특강을 기획하고 진행했는데, 한 10개월 정도 하다 그만 두게 됐어요.

많이 힘들었겠어요.
그때도 퇴근하면 작업하고 아침에 출근하고 이러기를 반복했어요. 그러니까 건강이 안 좋아져서 한계가 오더라고요.

반 년 정도 프리랜서로 생활해보니 어때요?
음..빡빡하기는 똑같아요.(웃음) 가사 작업이 워낙 빡빡해요. 수정을 급히 요구하면 2~3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거든요. 결과적으로 빠듯하죠.

개인적인 경험 상 프리랜서 생활이 불안했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했다면 음악이나 시 분야를 생각하지 않았을 거예요. 어차피 세상은 고통스러운 일 뿐인데.(웃음) 그럴 거면 좋아하는 일 하면서 고통 받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지금도 그 생각으로 버티는 것 같고요.

그렇군요. 그래도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죠.
자주 맞물려서 생활이 엉망이 되기는 해요.(웃음) 그래도 작업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도 해요. 시 쓰기 싫어지면 가사 쓰고, 가사 쓰다 소모되면 시를 쓰고. 적어도 시를 쓰면 제 것을 한다는 느낌을 온전히 받아서 좋아요.

건강관리 잘 해야겠어요.
생활 패턴이 깨질 수밖에 없어요. 운동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러면 창작하는 데 리듬도 깨지고. 직장 다니는 친구들은 출근 안 하니까 좋지 않냐, 하는데 저는 “퇴근도 없다’고 하죠.(웃음) 그래도 마음은 편해요. 프리랜서 자체가 일이 없을 수 있는데 일이 꾸준히 있으니까 그것에 감사해요.


“첫 시집 엮는 작업 중”


원래 음악을 했다고 들었어요.
어렸을 때 기타 연주를 했어요. 장난으로 시작한 게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죠.(웃음) 음악을 하다 문예창작과를 가게 됐거든요.

어쩌다 그렇게 연결된 거예요?
그냥 더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음악이건 미술이건 문학이건 표현하는 일이잖아요. 어떻게 해야 나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차에 문예창작과를 가게 됐고, 시로만 가능한 말들에 끌려 시를 쓰게 됐어요. 애초에 시인이 되고 싶어 간 건 아니었고.

 

  ▶ 구현우 시인

 문예창작과에 가서 시를 쓰면서 등단하게 됐군요.
시 쓰려고 대학교 3학년쯤 휴학했어요. 1년 동안 밥 먹고 시만 썼었어요. 그리고 2014년에 등단했는데. 사실 등단 과정 자체가 지치잖아요. 내가 왜 이 되지도 않는 걸 하고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복권을 쓸데없이 사고 있는 느낌이었고. 그러다 등단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그 해에 응모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냥 고급 독자를 할까 했는데.(웃음) 10~20년 글을 쓰고 살 건데 작가 타이틀을 가져야 하나? 생각했을 때 꼭 아니어도 괜찮겠다 판단했어요. 근데 내려놓으니까 등단이 되더라고요.

아이러니하네요.
등단 비하인드가 있는데. 창비 마감이 5월이고 문학동네는 6월이 마감이었어요. 한 20일 정도 차이가 났는데. 당시에 쓴 시를 모두 창비에 냈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문학동네는 안 낼 거냐" "시 때문에 휴학했는데 기회를 날리는 거 아니냐"고 하시기에 써둔 시를 모두 창비에 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러셨어요. “쓰면 되지.” 그래서 썼어요. 기존에 있던 시 한 편과 네 편의 시를 새로 써서 냈는데 그때 등단이 된 거예요.(웃음) 아이러니하게도 몸에 힘을 빼니까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재밌네요. 등단 시와 지금의 시 많이 다른가요?
네. 달라지는 게 맞죠. 등단 초기에는 빡빡하게 썼어요. 틈이 없었죠. 문장 자체는 쉽게 쓰는 편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가독성은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저는 쉽게 쓴다고 생각했는데 이미지나 서사가 복잡하기도 했고. 실은 목표가 하나 있었어요. 시를 처음 쓸 때부터 어머니가 읽을 수 있는 시 한 편은 썼으면 좋겠다는 거. 어머니가 웬만한 시는 다 어려워하시거든요. 제 시를 읽고는 '모르겠다'하고 넘어가시는 거예요. 최근에는 바라보는 방식이 편해졌고 좀 더 단순해졌다고 할 수 있는데. 시 한 편은 어머니가 '재밌다'하신 게 있어요.

어떤 시에요?
<결벽>이라는 시인데요. 음, 이 시는 솔직히 부끄러워요. 제가 봤을 때는 완전 엉망이거든요. 별로여서 시집에 넣지 않으려고 했어요. 남는 것도 없는 시라고 생각했어요. 시인마다 가져가는 세계가 있는데 거기에 필요 없는 시였죠. 그런데 엄마가 말한 순간 이 시는 넣어야겠다 시집에 넣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수많은 시 중에 한 편 이상하면 어때? 엄마가 좋다는데.(웃음)

맞아요. 엄마가 좋다는데.
초장기와 지금 마인드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때는 악에 받쳐서 했고, 힘이 들어가는 시가 많았죠. 나중에는 시 때문에 내가 힘들었으니까요. 시만 쓰는 사람이 시를 잘 쓴다고 생각 안 해요. 삶을 잘 사는 사람이 잘 쓴다고 생각해요. 한때 저보다 시가 더 중점이었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달라요. 시가 중점이었던 시기 이후에 쓰게 된 시가 훨씬 맘에 들어요.

 

올바른 자리에
올바른 물건이
올바르지 않게 놓여 있네요

달걀과 계란의 위치가 바뀌었어요
액자가 왼쪽으로 기울었어요
접시에 하얀 얼룩이 묻었어요

그건
눈으로만 보세요

악의가 있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여기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말아요

씻지도 않은 손으로 벽을 짚은 건가요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건가요
좋아요 쿠키를 갖다 드리죠 대신

건드리지 말아요
입도 열지 말아요

엎질러버린, 내뱉은 말을 지울 수 있다면

그럼 이제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닌 거죠

뭐하는 거죠 울지 말아요
다가오지 말아요
어지러워요 정말 메스꺼워요

제발 잠시만
가만 있어줄 수는 없나요

숨도
쉬지 말아요

여기를 다시
찾아오지 마세요

찾아오려고 하지도 마세요

있기 전으로
더럽혀지기 전으로
나를 되돌려줘요

<결벽> 전문

시를 꾸준히 발표하는 것 같아요.
다행히 발표할 기회를 주셔서 계속하고 있어요. 시들을 모아 시집 준비도 하고 있고.

그렇군요. 언제쯤 나올까요?
올 겨울이나 내년 봄이요. 

시 묶어놓으니까 어때요? 따로 볼 때와 다른가요?
확실히 개별적으로 보는 거랑 달라요. 한편 한편 봤을 때 좋은 시인데 시집에 엮어두면 완전 묻히는 시가 있고. 발표했을 때는 별로였는데 시집 안에서 또 다르게 작용하는 시도 있고. 배치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배치요?
저도 모아놓고 내면 되는 거 아닌가, 쉽게 생각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책을 발간한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걸 어떻게 내지? 싶어요. 작품 경향에 따라 배치해보기도 하고 뒤집어 놓고 로또 뽑듯이 하기도 하고.(웃음) 그래요. 작가의 의도가 너무 들어가면 재미없거든요. 여기서는 이런 시가 나와야지, 하면 재미없어지니까 제가 예측하지 못한, 의외의 배치가 나올 때까지 작업하고 있어요. 분명 이런 작업에서 발생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시집 제목 고민을 많이 하시던데.
저도 고민이 많아요. 사물이 너무 가까이 있으면 안 보이기도 하잖아요. 다른 사람은 봐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시인에게 자문을 구할까 해요.
 
가장 애정하는 시는 뭐에요?
기본적으로 마음 가는 시는 가장 최근에 쓴 시에요. 가장 신경 쓰이고 마음도 쓰이니까. <선유도>라는 시는 예전에 쓴 시인데 오래 애정하고 있어요. 대화형식으로 구성한 시인데. 이 시는 처음 쓸 때부터 어려웠어요. 익숙하게 쓰던 구성이 아니거든요.

 

  ▶ 구현우 시인

익숙하게 쓰던 구성은 뭔지.
시인마다 본인이 잘 하는 구성이 있을 거예요. 제가 원래 하던 시 쓰기 방식은 문장은 단편적으로 가져가되 거대서사에서 만들어지는 진술을 한 문장씩 툭툭 던지는 거예요. <선유도>에서는 대화체를 쓰려니까 너무 안 나오더라고요. 소설 쓰기 할 때도 묘사보다 대화체가 어려웠는데.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시예요.

어떤 시인지 더 알려주세요.
제가 생각하는 공간을 한 번 그려보고 싶었어요. 시 속에 개인 서사를 넣었고. 원래 제목이 선유도는 아니었어요. 양화대교를 쓰려고 했는데, '양화대교'는 장르는 다르더라도 자이언티가 이미 잘 만들어놔서요.(웃음) 제목이 <선유도>가 됐지만 결과적으로 시안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곳이 선유도에요.


창밖의 비를 좋아하지만 비에 젖는 건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너에게

해주려고 한 얘기가 있어

선유도에서 만나자 선유도에는
오만 색으로 어지러운 화원이 있으니까

녹음된 빗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안정을 찾는 너에게

어울린다 믿는 풍경이 있어

혀끝이 둔감해지면 입 안 가득 맥주를 머금고
어디에선가

이 통화가 계속되지 않는다고

네가 여길 때면 무음이 침묵과 다르다면 난치의 감정이라면

그건 바라지 않아도 젖어드는 일

너는 가을옷이 필요하구나 나는 봄옷을 생각하면서
양화대교를 건너고 있어

선유도에서는 볼 수 있을 거야 차마 겉으로는 구분되지 않는 계절

나의 9월은 너의 3월

선유도에서 만나자 선유도에는
직접 본 다음에야 알게 되는 게 있으니까

어쩌면 나는

네가 자주 입는 꽃무늬원피스에 수놓인 노랑과 파랑
하나는 무난하지만
하나는 네가 그토록 역겨워하는 향기를 품은 꽃이라는 걸
 
말해줄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나는

그 후의 복잡한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들뜬 채로 한강을 지나가다가
아주
서서히

선유도로 가는 길에 모두 잃어버리고 마는 거야


<선유도> 전문


“시는 내게 불가피한 일”


시에서 작가님이 가져가는 세계가 뭔지 궁금해요.
큰 틀로는 동물성,도시성을 들 수 있어요. 도시라는 공간이 되게 희한하게 느껴져요. 모든 게 혼재돼 있는데 단정해 보여요. 그런데 또 금방 망하기도 하고. 도시가 참 재밌어요. 자연보다 도시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제가 할 수 있는 거와 맞닿아 있다고 느껴요. 리듬감 자체도 도시성 안에서 나오는 것 같고.

동물성은요?
동물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요. 옛날에 몸이 아픈 적이 있었는데 다리를 다쳐서 잘 못 걸을 때 기형적인 동물이 된 느낌이었어요. 다리 다친 고양이를 본 적이 있는데 동병상련을 느꼈어요. 로드킬 당하는 이미지도 강하게 남았었고. 보면서 이들이 도시를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동물로 시작했고, 그게 공간이나 시간의 동물성으로 넘어간 것 같아요.

그렇군요. 예술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그 중에 왜 시였는지 궁금해요.
시라는 장르가 참 희한해요. 신기하지 않아요?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할애 한다는 게. 왜 시를 쓸까 생각해본 적 있어요. 등단하면 시인들을 만나잖아요. 그들의 삶이나 쓰게 된 계기가 궁금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게 시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거에요.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그렇죠. 제가 쓴 일기에 가까웠던 토로들이 묶고 나니까 이게 소설, 희곡일 수는 없고 시로 보일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시를 써야겠다고 하면 안 써지잖아요. 말을 하는 것들이 시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그걸 하고 있는 게 시 쓰는 사람 같더라고요. 시인이 시를 쓰는 건 불가피한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 알려주세요.
청탁 오는 대로 계속 시를 발표할 예정이에요. 그게 기본적인 일이니까.  시집을 묶고 나서 바로 시를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시집을 낸다는 거는 한 세계를 짚고 넘어가는 거잖아요. 시집의 실물을 확인하고 그 다음에 뭘 할지 고민하려고요. 조금 내버려둘 것 같아요. 시집이 혼자서 감당할 수 있게 거리를 두고. 그 시간에는 음악을 할 수 있으니까요.


•구현우
시인이면서 작사가. 1989년 서울에서 출생, 2014년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했다.

진정은  biz99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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